Diary

고민

별과은하 2019. 1. 24. 17:29

 한달의 여유기간이 생겼다. 어차피 3월엔 다시 학교에 가야하기 때문에 급하게 뭘 준비해야할 기간은 아니다. 하지만 고작 하루종일 논건 어제 하루일 뿐인데 벌써 우울하다. 미래가 너무 걱정된다. 같은 회사에서 1년 이상 일했는데 그 때에는 이렇게까지 싫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정말 너무 싫어서 미쳐버릴 것 같았다. 만약 평생 이렇게 살아야 한다면 왜 살아야하나 라는 생각도 들었다. 내가 남들이 봐도 비극적인 상황에 처해서가 아니라, 사람도 좋고 일도 안힘들고 객관적으로 봤을 때 그렇게까지 나쁜게 아닌데 집와서 쓰러져서 아무것도 하기 싫고 게임도 못하겠고 누워만 있는게 고작이라 이렇게 오래 살아간다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알 수 없다.


 이 세상 어딘가에 현자가 있다면 행복한 인생을 살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묻고싶다. 나는 후회하지 않는 인생을 살고 싶다. 나중에 가서 남들을 보며 '아 그때 그랬어야 했는데'라는 후회를 하는 것이 두렵다. 하지만 앞으로 남은 인생에서 한번도 후회하지 않을 순 없을 것이다. 로또를 맞고 돈이 불어나고 연예인이 되고 이런거 말고, 잠들기 전 내일이 너무 기대되어서 빨리 잠들고 싶고, 아침에 일어났을때 오늘 새로 시작될 하루가 너무 기대되어서 상쾌하게 (전혀 피로 없이) 벌떡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며 살아가면 행복할 것 같다. 비현실적인 걸 바란다고 생각하지 않는데, 이렇게 사는 방법을 모르겠다. 나는 여전히 하루가 끝나는게 싫어서 새벽 늦게 잠들며, 아침에 겨우 일어난다. 하루가 끝나는게 싫은 이유는 행복했던 하루라서가 아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겨우 준비하고 회사에서 가서 점심먹고 또 시간때우다 퇴근해서 집에 가서 늦은 저녁을 먹고 씻으면 빠르면 9시 늦으면 10시다. 그러면 12시에 잔다고 하면 난 겨우 놀 수 있는 시간이 2시간 밖에 없는데 그 시간이 끝나는게 아쉬울 뿐이다.


 주말에도 푹 쉬면서 만족하지 못한다. 사실 오늘 놀란게 만약 어제부터 주말이었으면, 내일은 월요일인 셈이니까 우울할텐데 사실 내일은 금요일이고 난 여전히 집에만 있어도 문제가 없다. 난 지금 같은 이틀을 쉬고있는데 회사 다니던 주말은 그렇게 짧았고 실습이 끝나서 맞은 이틀째의 휴일에 난 우울해서 누군가 봐주길 바라며 인터넷에 푸념글을 쓰고있다. 마음 가짐의 차이일까?


 바뀌고싶다. 직업도 중요하지만 난 사실 내가 무슨일을 해도 상관 없으니까(그렇다고 비도덕적인 일 말고) 하루를 보람차게, 그리고 돈도 잘 받으면서(돈은 매우 중요하다. 돈이 없으면 사람이 얼마나 비참해지는지...) 아 이렇게 살면 길게 살고싶다고 생각하면서 살고싶다.

사실 회사라는 선택지만 있는게 아니다. 창업을 할 수도 있고 여러 도전을 할 수 있지만 난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피하면서도 회사는 가기 싫다고 징징대는 것이다.


 나도 내가 징징대는걸 알지만, 여기서 누가 '그러니까 니 정신상태가 글러먹은거야, 넌 경쟁에서 도태될 수 밖에 없어, 성공하고 싶으면 당장 일어나서 일해!'라고 한다면 그 말을 따르지 않을 것 같다. 비록 나를 한심하게 본다고 해도 나는 열심히 하고싶은 마음이 들지 않기때문에 으쌰으쌰 하면서 열혈인으로 살아가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사실 난 내가 뭘 원하는지 안다.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기만 하면 상위 0.1%의 성공까진 아니더라도 상위 2~40% 정도의 부족함 없이 살 수 있는 그 방법을 알고싶다. 그리고 누군가가 그걸 알려주면 좋겠다. 스카이캐슬을 보면서 고등학생때 입시 코디네이터라는 존재는 몰랐지만 그런 존재를 원했다. 내가 계획짜고 행동하고 수정하는 이 과정에 걸리는 시간이 너무 아깝고 내가 짜봤자 완벽하지도 않으니 불만족스러웠다. 누군가가 '오늘은 이걸 공부하고, 내일은 이걸 공부하고~~~~#@!@%$!$#%' 다 알려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진짜로 존재했고 그걸 받는 애들이 있는다는게 부럽다. 이미 다 지난 일이라서 나는 멀리서 지켜볼 수 있지만 내가 입시생이었으면 드라마를 드라마로 받아들일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은 웃기지만 인생 코디네이터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살아야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요? 풍족하게, 내 주위사람들을 시기와 질투없이 사랑하면서, 내일을 꿈꾸고, 오늘을 만족해하며, 태어난게 감사하다고 생각하며 살 수 있나요?


 이 끔찍한 약육강식의 처절하게 자연적인 세계에 나는 너무나도 나약한 누군가이다. 현실은 바라보면 바라볼 수록 처참하고 스스로의 무능력을 느낀다. 나 혼자서는 절대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에 무력감을 느끼면서 우울해 한다는게 웃기다. 근데 나는 누가 해결해주길 기다리는게 더 웃기다고 생각한다... 근데 나는 할 수 없으니까 무력감을 느끼는거지..... 그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으면 결국 나는 고스란히 그 피해들을 받으면서 살아가야 하니까..


 이렇게 우울함에 땅끝을 파고파서 내핵까지 들어갈 정도로 삽질하다 보면 그냥 내가 다른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만약에 영혼과 육체가 분리될 수 있다면 영혼을 갈아치우는거지! 그래서 나보다 더 밝고 씩씩하고 열정적이고 사랑스럽고 재능있는 어떠한 영혼이 내 몸에 들어와서 잘 살아가는거야. 모부님께 잘하고 동생에게 잘하고 친구들에게 잘하고 선후배에게 잘하고 윗사람들에게 잘하고 똑똑하고 일잘하고 마음도 넓고 그래서 좋은일만 일어나게 만드는 그런게 내 몸에 들어와서 잘 살아가고 내 영혼은 그냥 없어지는거야 그 누구몸에도 들어가서 살기 싫으니까..


 이 생각은 사라지질 않는다... 내가 우울한게 그냥 우울한건지 우울증이 다시 도지는건지도 모르겠다. 답답하다 이렇게 깊게 삽질하다 그냥 남들이 그러는 것 처럼 아무 생각 없이 살아가면 좋을텐데 하다가도 다시 여기로 돌아오니 어쩔 수 없다.


인생에 대한 답을 누가 알려줬으면 좋겠다. 만약 소수의 몇몇 빼고 많은 사람이 이런 내 말에 동의한다면 난 미쳐버릴 것이다. 세상에 진짜 희망이 없는 것 같아서. 나만 이렇게 아직 몰라서 이러는거고 언젠가는 답을 알아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거면 좋겠다. 대체 왜 살아가야 하는걸까?